비전공자로 개발자가 되기로 마음먹고, 전공자와의 간극을 좁힐만한 수단이 무엇이 있을까 항상 생각한다.
자격증이라도 있으면 어떨까 싶어 알아보니 자격증 중에서는 정보처리기사, SQLD가 그나마 효용성 있다고.
학원 개강일도 꽤 남았고 그동안 뭐라도 할 겸 일단 무작정 정처기 접수를 했다.
접수
정보처리기사 필기는 본인이 원하는 고사장과 시험 기간 내 날짜를 지정하여 원서 접수를 할 수 있다. 컴퓨터공학, 정보 쪽과 관련이 없는 학과를 전공했어도 4년제를 졸업했다면 응시 자격이 주어진다.
사실 이 접수도 정말 무대뽀였던 게..^^
이렇게 접수율이 높은 시험인 줄 모르고, 접수 시작하고 꽤 시간 지나서 이제 좀 해볼까? 하고 설렁설렁 들어갔는데 서울에 정말 단 한 군데도 어떤 날짜에도 자리가 남아있지 않았다.
혹시라도 누군가는 접수 전에 잘 모르는 채로 이 글을 보고 계실 수 있으니, 서울 내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날짜에 시험을 보고자 하면 수강신청급 대기를 감수하고 첫날 시작 시간에 접수하셔야 할 것.. 알아두세요.
결국 서울은 포기하고, 본가 한 번 내려갈 기회 삼을 겸 본가 지역에 접수를 마쳤다.
시험 결과
이번 주에 필기 치르고 왔고, 일단 합격 화면 봤다.
| 총점 평균 | 72 |
| 1과목 | 80 |
| 2과목 | 75 |
| 3과목 | 60 |
| 4과목 | 75 |
| 5과목 | 70 |
기억이 맞다면 최종 점수는 이랬다.
각 과목 당 40점(8/20) 이상이어야 과락을 면하고, 전체 평균이 60점을 넘어야 필기 합격이다.
체감으로는 3과목보다 2, 4, 5에서 더 고전했던 것 같은데 결과는 이렇게 되었다는 게... 틀린 문제와 맞은 문제 다시 한번 보고 싶은데 CBT 시험은 결과와 오답 확인 불가능하겠지?
시험 과정
시작 전에 시험 방식을 설명하는 과정이 너무 길고 지루했다. 고사장 내의 주변 사람들은 각자 다른 종류 시험의 응시자이기 때문에 컨닝을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다. 신기했던 점은 계산기가 필요한 시험에는 시험 화면 좌측 하단에 계산기 버튼이 있고 그걸 눌러 컴퓨터로 계산할 수 있다는 것. 시작과 동시에 감독관이 연습장을 나눠준다.
1과목까지는 재미있게 풀었는데, 2과목부터 갑자기 헷갈리는 문제가 많아지며 멘붕이 왔고, 4과목에서 슬슬 포기하고 싶은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4과목에는 계산, 코드 해석 문제가 꽤 많이 등장했는데 이게 공부할 때 종이로만 보다가, CBT 화면의 픽셀 자글자글한 폰트로 접하니 눈에 잘 안 들어온다.
5과목은 아니나 다를까 처음 보는 생소한 것들이 등장해서 과락은 아니길 기도하며 풀었다.
계속 쳐다보고 있어도 맞출 수 없을 문제들은 적당히 찍으면서 마지막까지 답안 기입했다. 모르는 문법일 리는 없으나 마주치고 앞이 깜깜했던 4과목 자바 문제 하나만 남겨두었는데, 혹시라도 이 한 문제 틀려서 불합 뜰까 봐 차근차근 약 20분 정도 연습장 한 페이지를 통으로 쓰면서 풀었더니 완전히 이해되었고 깔끔하게 답이 나왔다. 시험장에서 공부해버린 듯..
시간은 전혀 부족하지 않았지만 시험 종료 약 30분 전쯤에는 고사장 안에 딱 나 포함 두 명 남아있었다.
공부 방법
전공이 컴공과 몇 억 광년은 떨어져 있으며, 개발자가 되기 위한 공부를 시작하지만 아직 학원 개강도 하지 않은 상태의 문외한이 정처기 필기시험을 위해 어떻게 공부했는지 작성해 본다. 본격적으로 노력 들여 공부한 시간은 2주이다.
1. 정보처리기사 필기 서적 구매
시나공의 정보처리기사 필기시험 준비용 서적을 구매해서, 내용을 취사선택하여 공부했다.
시나공 책은 기출 빈도에 근거해 각 소단원마다 중요도가 알파벳으로 분류되어 있다.
중요도 A, B에 해당하는 == 기출이 한 번이라도 된 소단원만 공부했다.
바로 기출만 뺑뺑이 돌리고 시험 보는 분들도 꽤 있는 듯한데 어차피 개발자로 일을 하고자 하는 비전공자인 내가 알아야 할 내용들이 꽤 있을 거라 생각하기도 했고, 개인적으로 체계 없이 죄다 틀려가며 문제만 푸는 과정 자체를 견디질 못하는 스타일이라서 한 번씩이라도 꼭 개념을 봤다.
2. 흥달쌤 유튜브 적극 활용
다른 개발 공부 하시는 분의 추천으로 흥달쌤 유튜브를 알았고 서브넷, 정렬 교체 알고리즘 특강과 기출 분석이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되었다. 특히 단기간에 합격하고자 하는 경우 흥달쌤 유튜브를 적극 활용할 것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분명히 공부했음에도 인출되지 않던 많은 개념들이, 시청각 정보로 때려 박으니 몇 배는 더 잘 기억되었다.
흥달쌤과 어떠한 개인적인 관계도 없다는 점을 확실히 한다. 그저 지난 며칠 동안 일방적으로 신세를 졌을 뿐...
그냥... 교육학적으로 냅다 글자만 보는 것보다 다른 종류의 자극이 적당히 주어지는 것이 훨씬 학습 효과가 좋기 때문에 반드시 흥달쌤이 아니더라도 시청각 자료를 활용할 수 있다면 하라고 말하고 싶다.
3. 기출 문제 많이 보기
그 어떤 자격시험에서도 통용되는 공부법인 기출 뺑뺑이, 정처기도 마찬가지로 가장 효과적이라는 걸 알고는 있지만 나는 사실 막바지에 시간이 부족해 크게 활용하지는 못했다. 개정 전 17년 일부 과목부터 최신 기출까지 전부 보고 가라는 말을 많이 봤는데, 20- 22년 기출만 볼 수 있었고 그마저도 완벽하게 보지는 못했다. 그래도 한 두회 정도 풀이와 함께 연관 개념까지 꼼꼼히 보고, 2의 흥달쌤 유튜브로 기출 분석 영상을 열심히 보았기 때문에 결과가 좋았다고 생각한다.
다시 등장하는 기출 문제가 꽤 많다. CBT 전자문제집을 활용해 누구든 시험장과 비슷한 환경으로 공부할 수 있으니 적극 활용하면 좋다. PDF로 변환하여 태블릿으로 공부할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2주간 6시간 이상 꾸준히 공부하면 컴공 지식 문외한 비전공자도 합격할 수 있다. 더 야매로 합격하고 싶으면 17-22까지 기출문제 해설 꼼꼼하게 보면서 끝판 스퍼트로 돌리고 가세요. 근데 코딩 무식자면 보장은 못 해요
정보처리기사(혹은 자격증) 무용론도 꽤 나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아무것도 모르는 채 개발에 입문하려는 비전공자 입장에서, 시간이 부족한 게 아니라면 시험을 준비해 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라고 본다. 정처기 공부 전에는 애자일이 뭔지도 몰라 개발자들이 하는 말의 80퍼센트를 알아듣지조차 못했다면 이제는 개발자들의 말을 반 이상은 대략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실기 합격이 굉장히 어렵다고 하고, 실기까지 보면 생각이 바뀔지도 모르지만 현 시점으로 무의미한 자격증 준비는 아니었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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